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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어떻게 된 겁니까?”
난 그 작은 화산에게 몸을 돌려 해레이스에게 물었다.
“보시는 그대로 입니다. 갑자기 땅이 흔들리더니 바닥이 갈라지고, 그 뒤 저게 나타났습니다.”
해레이스가 이번에는 손가락으로 땅바닥을 가리켰다.
여기 저기 땅이 갈라져 있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거대한 지진이 일어난 흔적이다.
분화구 근처에 파워볼게임 서 시작된 대지의 균열은 저 멀리 몇 킬로미터나 이어져 있었다.
단순한 지각의 활동은 아닌듯하다.
“세츠킨 외즈데미르 백작이 다녀간 모양이로군요.”
“스베르덴 후작도 그렇게 말하더군요.”
킬키스 제일의 마법사가 홀로 네메아 군을 습격하고 돌아간 듯 하다.
“병사들이 꽤 많이 희생되었습니다.
아직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대략 천 명 이상이 바닥에 빠진 것 같습니다.”
갈라진 틈 부근에는 적지 않은 병사들이 모여 있었고 틈 위아래로 부지런히 드나드는 병사들이 있는 모습을 보니 틈으로 떨어진 병사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양이다.
“그나마 후작이 바로 조처를 해서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더 엄청난 피해를 입을 뻔 했습니다.”
분화구를 둘러싸고 있는 투명한 막은 필리아트라 최고의 마법사 스베르덴이 분화구가 터져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보호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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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베르덴 후작은 우선 분화구에서 터져 나오는 불덩어리들을 막아놓고, 땅이 갈라지는 것을 수습했다고 한다.
만일 그가 아니었다면 희생자는 몇 배로 늘어났을 것이다.
“후작이 말하기를 아무래도 세상의 평판이 틀렸던 모양이라고 하더군요.
세츠킨 외즈데미르 백작은 절대 평범한 8클래스의 마법사는 아닐 거랍니다.
적어도 8클래 엔트리파워볼 스의 끝을 바라보고 있는 자이거나 혹은 그 이상일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마법사들이 자신의 성취를 숨기는 일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만일 스베르덴의 말이 맞다면 우리는 엄청난 적을 상대해야 한다.
더군다나 세츠킨 외즈데미르는 대지 마법의 마스터이다.
땅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마법사는 전쟁터에서 다른 어떤 종류의 마법보다 무섭다.
“자신은 그자와 겨뤄서 이길 자신이 없다고도 했고요.”
스베르덴 후작은 마법사 치고는 아주 겸손한 사람인 듯 하다.
분화구에 씌워 놓은 보호막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마법이다.
아무리 충분히 있어도 나로서는 아직 엄두도 내지 못할 고도의 마법을 써서 자신보다 윗길의 마법사의 공격을 막아냈으니 충분히 칭찬 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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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때때로 바닥으로 내려간 병사가 떨어진 동료를 들고 올라오기도 했다.
그런데 틈새가 아주 깊은지 떨어진 병사들은 대부분 이미 사망한 모양이다.
“적어도 삼십 미터에서 오십 미터 이상 되는 곳도 있습니다.”
십 층 건물에서 이십 층 건물 정도의 높이이다.
그런 놓은 곳에서 떨어지고도 살아남기를 바라는 것이 무리일 터이다.
“바닥엔 고온의 용암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뭐 그것도 후작이 처리 EOS파워볼 했습니다.”
후작은 사고의 수습을 위해 너무 무리를 했는지 지금은 막사에 들어가 쉬고 있다고 했다.
킬키스의 마법사를 상대하기 위해 먼 길을 와준 그를 위해 특별히 전술 차량 한 대를 내어주었고 수백 명의 베테랑 전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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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이 전투에서 후작에게 위해가 생긴다면 네메아는 필리아트라에 꽤 많은 대가를 치뤄야 할 것이다.
해레이스에게 대략적인 상황을 듣고 나서, 난 그와 헤어져 특수전 사령부의 진지로 향했다.
“어떤가? 로투스바카라 진짜 마법사를 보니.”
“하하하. 아주 끔찍하더군요.
지진을 부르고 땅에서 화산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마법이라고요?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어디 있습니까?”
“스베르덴 후작의 말을 들어보니 8클래스 끝자락의 대마법사일 거라고 하더군.
그런데 그거 아나? 9클래스의 마법사는 또 차원이 다르다네.”
“저런 무식한 일을 해 놓은 마법사와 차원이 다르다고요?”
김규현은 머리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나도 한 번도 본 적은 없네만, 듣기로는 8클래스의 마법사가 하늘을 무너트리고 땅을 뒤엎는다면, 9클래스의 마법사는 하늘과 땅의 구분을 없애버린다고 하더군.”

“정말로 그런 마법사가 있다면 절대로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특전사 쪽의 피해는 없나?”
“다행히 저희 쪽에는 아무런 피해도 없었습니다.
하필 지진이 일어난 곳도 우리쪽이었는데, 그 일이 벌어지기 한 3초 쯤 전에 알람이 울리더군요.”
특전사 대원들이 탑승한 차량과 각 대원들의 기본 장비 내부에는 마법의 발현에 경고해주는 알람 아티팩트가 기본적으로 하나씩 들어있다.
“조종수가 시동을 걸어서 차를 띄우기도 전에 땅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땅이 갈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지진이 시작된 곳은 특전사 대원들이 머무르던 진지의 서북쪽에서 5킬로미터 쯤 떨어진 곳이었다.
우리쪽 마법사가 막으려 할 것이 우려되서 그곳을 진앙으로 삼은 듯 하다.
“다들 죽어라 차 로투스홀짝 를 하늘로 올리고 최대한 멀어졌지요. 그러자마자 우리가 머물던 곳 땅 속에서 저런 엉뚱한 놈이 솟아올라왔습니다.”
김규현은 질린 표정으로 시뻘건 불을 뿜어대고 있는 분화구를 바라보며 말했다.
만일 진앙의 시작점을 조금만 더 근거리로 잡았다면 분화구가 특전사 기동 차량 한두 대 쯤 삼켜버렸을 지도 모른다.
“이제서야 백작님께서 항상 조종석에 한 명 이상 머물러야 한다고 하셨던 이유를 깨달을 수 있겠더군요.”
김규현은 지금까지는 그저 명령이니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말했다.
“조종수의 반응이 조금만 늦었다면 희생자가 나왔을 겁니다.
우리쪽 마법사가 땅을 도로 닫아버리기는 했지만, 처음 생겼을 때에는 거의 오륙 미터 씩 했습니다.
깊이는 얼마나 되는 지 알 수도 없을 정도였구요.”
김규현도 기동 차량에 탑승해 있으면서 공중에서 직접 그 균열을 내려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깊숙한 균열의 아래쪽은 훨훨 타오르는 용암이 흐르고 있었다고 했다.
“솔직히 찔끔했습니다. 그동안 우리들이 지닌 무기들 덕분에 그 괴물들은 몰라도 같은 인간을 상대로는 무적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김규현은 단 한 사람의 마법사가 불러일으킬 수 있는 힘의 크기에 압도당해버렸다.
어떤 면에서는 다행이다.

쓸데 없이 자신감만 넘쳐 적들을 우습게 보다가는 언제고 대가를 치루기 마련이다.
“고위 마법사의 마법은 거의 전략 무기 수준이로군요.”
만일 이런 마법이 도시 한복판에서 사용되었다면 끔찍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때문에 이곳의 모든 도시에는 마법의 사용을 감지하는 알람 마법이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어지간한 나라들은 수도를 이런 대규모 마법으로부터 도시를 방어하기 위해 절대 방어 마법이 인첸트된 아티팩트를 구비하려 큰 돈을 아끼지 않는다.
“저도 차라리 마법이나 배워볼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관심이 있다면 마법 수업을 들어보게나.”
김규현이 마법에 재능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다.
대륙 동부에서 손꼽힐 세력을 일구는 동안 한 번도 마법을 익힐 기회를 접해보지 못했을 리 없으니, 아마 재능은 없을 것이다.
“아뇨. 잠시 그런 생각도 들었다는 것 뿐입니다.
듣자하니 마법사는 머리가 좋아야 한다더군요.
저같이 몸으로 구르는 놈이 그런 머리가 있을 리 없지요.”
김규현도 사관 학교를 졸업한 당당한 장교 출신이다. 머리가 나쁠리 없다.
하지만 솔직히 마법사가 되는 데에는 그저 평범히 우수하다는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두뇌가 필수이다.
“그런데 우리쪽 마법사도 굉장한 것 같습니다.
저런 무시무시한 화산을 막아버리다니요.”
“그쪽에서는 자신이 킬키스의 마법사보다 한 수 아래라고 하더군.”
“하하하. 그럼 이제 어쩌지요? 저런 마법사를 상대로 승산이 있는 겁니까?”
“아마 오늘 사용한 마법으로 하루 정도는 쉬어야 할 거야. 자신의 모든 힘을 전부 끌어 쓴 것 같으니.”
“다행이로군요. 그러면 저런 마법을 그냥 마구 펑펑 쓸 수 있다는 것은 아니로군요.”
“다행이지.”

땅을 갈라 지진을 일으키고 작지만 분화구 하나를 만들어 폭발을 일으키는 마법을 하루에도 몇 번 씩 사용한다면 우리쪽 병사들은 벌써 전멸했을 것이다.
“전투가 벌어지면 오늘처럼 대규모의 마법은 그다지 사용하지 않아. 상대방 마법사의 디스펠에 마법이 실패라도 한다면 크게 손해를 보기 때문이지.
보통은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마법들 중에 하루에 몇 번이고 쓸 수 있는 마법을 사용하기 마련이야.
이정도 수준의 마법사라면 아마 디스트럭션이나, 체인지 그래비티, 아니면 토네이도 같은 마법을 쓰겠지.”
“디스트럭션이면 뭔가 부순다는 말이군요.”
“이제 막 8클래스 수준에 달한 마법사가 사용하면 대략 사방 백 미터 범위가 가루로 변하는 정도이지.
그자 정도라면 아마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거야.”
꿀꺽! 내 말을 듣던 김규현이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는 소리를 낸다.
“체인지 그래비티는 일정 지역의 중력을 바꿔서 그곳에 위치한 모든 것을 저 하늘로 떨어지게 만들 수 있지. 그래. 그 자라면 아마 역시 백 미터 정도의 넓이를 그렇게 만들 수 있을 거야.”
땅위의 모든 것이 하늘로 떨어지다가 어느 순간 마법이 끝나고 나면 다시 대지를 향해 자유낙하를 한다. 그리고 남는 것은 끔찍한 파괴 뿐이다.
대규모의 적들을 상대로 쓰기에는 너무나 매력적인 마법이다.
“아니면 대지 마법사이니 디그를…”
갑자기 말을 하다 무언가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문제가 생각보다 크군. 특전사가 해 줄 일이 있네.”
난 여전히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는 김규현에게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그자는 대지 마법에 일가견이 있다고 했었지. 지진이나 분화구 같은 마법도 무섭지만 정말로 끔찍한 것은 디그야.”
“디그라면? 땅 파는 마법 말입니까?”
“어. 바로 그래. 땅을 파는 거지.”
“화산이나 지진 아니면 대규모 파괴 마법보다 그 디그라는 것이 더 무섭다는 말씀이신가요?”
“그게 전문이라면 말이지.”
“마치 그자가 함정이라도 팔 것 처럼 말씀하시는 군요.”
“아마도. 단지 규모가 좀 다를 뿐이지.”
“규모라면…”
“자네가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을 훌쩍 넘어설 걸세.”
“음…”

김규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조금전 일어났던 사건을 토대로 마법사의 마법을 상상해 보는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얼굴은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저 분화구 보다는 크겠지요?”
평지 위에 뜬금 없이 튀어나와있는 분화구는 높이가 적어도 삼백 미터는 넘어간다.
“만약 네메아 군이 그 위로 진군하다가 그 함정이 발동되면…”
“재앙이지.”
“그럼 우리가 해야할 일은 그 함정을 찾아내는 것이로군요?”
김규현은 내 말을 금세 알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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