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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흠… 여전히 믿을 수 없는 걸.
당신은 불사의 존재는 혼자로 족하다고 생각해서 자식에게까지 남겨주지 않았어.
그런데 그 약이 더 있다는 말을 믿으라고?”
“세상의 일은 아무도 모르는 법이지.
나처럼 오랜 시간을 살아오면서 큰 일을 해 본 사람이라면 절대란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거야.”
“그래. 당신이 말한 비밀 장소가 어디엔가 있을 거라고 믿어주지.
하지만 회복 능력과 영원한 삶이 같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
이렇게 하지. 지금 당장은 당신을 풀어주지 않겠어.
앞으로 오십 년 쯤 뒤에 다시 와서 당신이 조금도 늙지 않았다면 당신에게 그 비법을 듣고 나서 풀어주도록 하지.”
“뭐라고? 다시 오십 년을? 안돼! 절대로. 더 이상은 이 끔찍한 굴속에 갇혀 살 수 없어.”
사내는 거의 비명을 지르다시피했다.
“정말로 늙지 않는 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적어도 그정도의 시간은 필요하겠지.”
“그땐 너무 늦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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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늦는다는 거지?”
“날 봐라. 내가 몇 살로 보이지?”
“스물? 아니 그보다도 어려보이는 군.”
비록 머리 위로 한 올의 머리카락도 없지만, 사내의 얼굴은 청년이라기 보다는 소년에 가까워 보였다.
많아야 열 대여섯?
“그래 맞다. 난 나이 열일곱에 영생의 약을 먹었다.
그리고 그 때의 젊음을 지금껏 유지하고 있지.
하지만 만일 그대가 오십 년 뒤에 찾아온다면 넌 이미 백살에 가까워졌을 것이다.
그때 가서 영생을 얻게 된들 무슨 의미가 있겠냐?”
“오십 년 뒤에 백 살이라고?
내가 그렇게 나이 들어 보이나?”
외모에 신경을 써본 적은 없지만, 그런 말을 들으니 과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그대가 십대는 아닐 터이니 오십 년 뒤면 칠십은 넘을 것이다.
칠십이든 백살이든 이미 황혼의 나이라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질 않은가?”
내가 얼굴을 찌푸리는 모습에 당황한 그가 열심히 수습해보려했다.
“뭐 딱히 상관은 없는데?
그쪽처럼 앳띤 얼굴로 천 년을 살아가는 것 보다는 나이스한 중년으로 즐겁게 영생을 보내는 편이 낫겠지.
어쨌던 좀 더 생각을 해 보지. 그럼 삼십 년 후 쯤 보자고.”
불사는 아니다. 마스트리흐트의 국왕이 그렇게 변한 배경이 단순히 자신이 영원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이유일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자는 무언가 제시할 것이 있을 것이다.
“멈춰!”
내가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복도를 되돌아 나가려하자 사내의 외침이 들려왔다.
“불사로 만족할 수 없다면 다른 것을 주겠다.”
“응?”
“날 당장 이곳에서 꺼내 준다면 찬트라두르가의 보물을 주지.”
“찬트라두르가의 보물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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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이몸은 찬트라두르가를 만들었고, 오백 년 동안 찬트라두르가를 지탱해 온 장본인이다.
당연히 찬트라두르가의 진정한 보물들은 모두 내가 따로 보관하고 있다. 이 문만 열어준다면 그 보물을 네게 주지.”
“흐음…”
이건가? 마스트리흐트 국왕이 이 플란데런을 도모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 까닭은?
과거 이 플란데런을 지배하던 거대한 제국의 유산이 손에 들어왔다면, 그런 욕심을 낸 것도 납득이 간다.
“찬트라두르가의 비보라.”
“그래. 내가 가진 보물들이라면 그대는 이세상 누구보다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얼마나 큰 부를 지니고 있건, 내 마법 창고에 들어있는 보석 한 덩이 만큼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어디에 있는 거지?”
“… 조드푸르.”
사내는 한동안 눈을 굴리다가 천천히 자신의 비보가 숨겨진 위치를 밝혔다.
“멀지 않은 곳이로군.”
“여기가 어디지?”
“나우랑그퍼 산맥 아래.”
조드푸르는 마스트리흐트 서쪽의 거대한 산맥인 나우랑그퍼 산맥의 가장 높은 봉우리이다.
“잘 됐군. 이 문을 열어주기만 한다면, 오늘 안으로 그대의 손에 감당하지 못할 만큼 커다란 부를 안겨주지.”
“그래. 그렇단 말이지.”
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자의 말을 어느 정도나 믿을 수 있는 걸까.
“우선 한 가지 확인 좀 해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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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손을 들어 철창 앞에 가져 갔다.
“응? 무슨…”
탕!
마법 창고에서 내 전용의 권총을 꺼내 그대로 그자의 얼굴을 향해 탄환을 날렸다.
겨우 오십 센티미터 앞에서 발사된 초속 1400m의 탄환을 피해낼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자는 그럴만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모양이다.
사내는 눈 한 번 깜박거리지도 못하고 날아오는 총알에 머리가 뚫려버렸다.
털썩! 사내의 몸통이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과격하군.”
“확실히 피할 수 있는데 못 피한 것은 아니었지요?”
“내가 보기에도 그렇더군. 대단한 신체적인 능력을 지닌 것 같지는 않아.”
“그렇다고 마법을 다루는 것 같지도 않군요.”
그자의 몸에서는 별다른 마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기는 어지간한 마법사였다면 벌써 이 얄팍한 문 쯤은 뚫고 빠져나갔을 것이다.
“이익! 뭐 하는 짓이냐?”
머리에 커피 캔만한 구멍이 나서 쓰러졌던 사내는 오 분도 안 되서 회복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비틀거리며 문앞으로 다가와 화를 내기 시작했다.
“정말로 불사의 능력을 가진 건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 뿐이야.”
“으윽!”
사내는 여전히 고통을 느끼는지 방금 재생된 머리를 두 손으로 잡고 잠시 고개를 숙이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후우! 후우! 이자식! 그래 이제 충분히 확인되었나?”
“어느 정도는. 적어도 단순한 재생 능력 수준은 아니로군.”

아까 보여주었던 것처럼 머리가 으스러진 부상을 치료하는 것과 뇌가 반은 날아가버린 상태에서 되살아나는 것은 질적으로 다르다.
방금전 머리에 총상을 입었을 때, 사내는 명백히 사망한 상태였다.
죽음에서 되돌릴 정도의 재생력이라…
그것도 어떠한 마법적인 힘이 개입하지 않았었다.
무얼까? 이자의 불사의 비밀은?
“자. 만족했으면 이제 그 문을 열어주게. 함께 조드푸르의 비동으로 갈 시간이야.”
아주 쉽게 자신의 감정을 감출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듯 하다.
방금전 고통을 호소할 때에는 날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던 그가 지금은 아주 친절한 미소로 날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아직 문제가 있군.”
“뭔가? 또? 내 머리를 날려 버린 것 만으로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인가?”
“이 문에는 손잡이가 없군. 자물쇠 같은 것도 없고.
도저히 열 방법이 없는 걸.”
“방법을 한 번 찾아보게.
그정도의 수고만으로 영생을 얻을 수 있고, 무지막지한 부를 얻을 수 있다면 해볼만 하지 않은가?”
아까부터 거슬리는 것이 있었다.
바로 이자를 가두고 있는 문이다.
사내와 나 사이의 창으로 보건데, 적어도 5,60 센티미터는 충분히 나갈 것 같은 문은 슬쩍 보기에도 결코 평범한 금속으로 만들어 진 것 같지는 않았다.
아무런 광택도 없는 거무튀튀한 표면은 아무리 봐도 녹이 슬어서인 것 같지는 않다.
금보다 비싸고 무거운 초중금속인 모나키늄 합금으로 보인다.

이정도 크기라면 적어도 수톤은 나갈 것이다.
인간의 힘으로 부수는 것은 무리이다.
아니 오거라해도 맨손으로 이렇게 두꺼운 모나키늄 문을 부술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쇠창살이 가득 박힌 사람 얼굴 크기의 작은 창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전부 통짜로 된 쇳덩어리였다.
원래 있던 손잡이나 자물쇠를 떼어냈다기보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보인다.
이자를 이곳에 가두려고 계획했을 때부터 문에 손잡이를 만들지 않은 것은, 이자를 결코 이곳에서 풀어줄 생각이 없었다는 의미였다.
지독한 악의.
자신의 선조에게 그런 원한을 가진 이유는 무얼까?
아니 애초에 어디까지 이 사내의 말을 믿어야 하는 걸까?
생각은 그리 길지 않았다.
어차피 이자의 말 말고는 다른 단서도 없다.
이자를 풀어주고 어떻게 하는지 지켜볼 수 밖에 없다.
“부술 수 있겠어요?”
알렉산드로스를 돌아보고 물어보았다.
순도 높은 모나키늄으로 만든 문이라면 알렉산드로스가 본래의 몸으로 현현하지 않는 이상 쉽게 부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있는 복도에 그가 본 모습을 들어낼 정도의 공간은 없다.
더군다나 모나키늄은 마법에 대한 저항력도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아주 강한 마법을 써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역시 충분한 공간이 나질 않는다.
아닌게 아니라 조금 번거롭게 되었다.

“흠…”
잠시 문을 내려다보던 알렉산드로스가 팔을 들어 뒤로 뺐다.
쾅!
알렉산드로스가 내지른 주먹에 두꺼운 합금으로 만들어진 문이 통째로 부숴졌다.
한동안 자신의 힘을 키워야겠다고 이 아크네시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더니 꽤 성과가 있었나보다.
“생각보다 대단한 힘을 가졌군.
내 주먹으로는 아무리 때려도 아프기만 할 뿐이었는데 말야.”
천 년을 가두어둔 문을 빠져 나온 사내가 알렉산드로스를 칭찬했다.
“아직 어린 나이 같은데 장래가 총망하군.”
“너한테 그런 소리를 들을 나이는 아니다.”
알렉산드로스가 팔을 뻗어 그 사내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그럼 우선 움직이도록 하죠.”
난 사내를 붙잡고 있는 알렉산드로스의 몸을 잡고 리콜 마법을 사용했다.
곧 우리는 마스트리흐트의 왕궁에서 백 킬로미터 쯤 떨어진 배즈맛 대수림의 한 가운데에 도착해있었다.
“후아! 상쾌한 공기는 정말 오랜만이로군.
천 년 만에 하늘을 보게된 건가?”
그자는 알렉산드로스에게 팔을 잡힌 것 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여유롭게 하늘을 올려다보며 크게 숨을 쉬었다.
“갈 길이 머니 바로 움직이지.”

별로 호감도 가지 않는 자에게 자유의 공기를 만끽할 여유를 주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내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알렉산드로스가 그자의 팔을 끌고 따라오기 시작했다.
나우랑그퍼 산맥의 최고봉인 조드푸르 봉의 상단부는 열대 지방인데도 불구하고 항상 새하얀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조드푸르 봉의 아래의 한 협곡에 들어선 지 두 시간, 아그라하라는 천 년 만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이 즐거운지 연신 휘파람을 불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었다.
알렉산드로스는 이제 더는 그를 잡고 있지 않았다.
놈에게 도망갈 의사가 없는 것은 틀림없어보였고, 설혹 그렇다해도 충분히 잡을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참 좋은 곳이지? 이곳은?”
앞서가던 대머리의 어린 사내가 고개를 돌려 날 바라보며 물었다.
“공기가 맑군.”
아크네시아 어디를 가던 이곳은 특히나 더 하다. 숨을 쉴 때마다 상쾌한 공기가 폐를 가득 채운다.
그 뿐 아니라 대기 중의 마력도 농밀하기 그지없다.
마치 어딘가에 마력을 마구 뿜어내는 장치라도 있는 듯 하다.
“아직 멀었나?”
“다 왔어. 저기 보이는 바위만 지나면 바로 나올 거야.
기대 되지? 영생이 바로 눈 앞이라고.
그리고 엄청난 부는 덤이야.”
아그라하라는 저멀리 보이는 산등성이의 커다란 바위를 가리켰다.
우리가 올라가고 있는 봉의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만년설로 덮여있는 집채만한 바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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