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파워볼
170——————== 그런 사내에게 안타깝다거나 미안한 감정은 들지 않는다.
기껏해봐야 조직 폭력배일 뿐이다.
더군다나 뱀파이어에 종속된 서번트는 자신의 마스터와 함께 있을 때, 늘 무한한 기쁨을 느낀다.
아마도 지금 이순간이 그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일 것이다.
“이분이 나의 마스터이시다. 앞으로 이 분이 말씀하시는 것은 세이프게임 무엇이라도 나의 명령이라 생각하고 따르도록 해라.”
김효정 대원이 나를 가르키며 말했다.
“무언가 시키실 일이 있으신가요? 마스터.”
에스테베즈는 내게 돌아서서 공손한 표정으로 질문했다.
“너희 부하들 중 누가 가장 쓸만하지? 한 명 만 남기고 처리하도록.”
에스테베즈 뿐 아니라 한 명 더 서번트로 만들 생각이다.
“고메즈입니다.”
에스테베즈는 한 사내를 가르켰다.
조금 놀랍게도 에스테베즈가 선택한 사람은 조금전 그에게 칼을 찌른 장본인이다.
에스테베즈가 지금 뱀파이어의 서번트가 되었다고, 과거의 기억이나 다른 모든 감정 마저 잊어버린 것은 아니다.

그는 방금전 자신의 옆구리에 칼이 들어올 때의 기억을 세이프파워볼 생생하게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장본인을 선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고메즈라는 자가 쓸모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알겠다.”
내가 승낙을 하자, 에스테베즈는 방금 자신이 선택한 고메즈란 사내를 제외한 나머지 부하들의 처리해버렸다.
사내들은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절명해버렸다.
“주희정 팀장.”
난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록 명령했다.
주희정이 한 명의 대원을 불렀고, 그녀가 나와 고메즈를 서번트로 만들어버렸다.
뱀파이어에게 몸과 마음을 다바쳐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서번트는 매우 쓸모있는 존재이다.
하지만 그런 서번트를 무한히 만들어 낼 수는 없다.
그럴 수 있었다면 아마 이 세상은 뱀파이어들이 지배하고 있을 것이다.
부릴 수 있는 서번트의 수는 뱀파이어가 가진 힘에 비례한다.
이제 뱀파이어가 된 지 얼마 되지 않는 그녀들로서는 겨우 한두 명과 맹약을 통해 서번트로 부리는 것이 전부이다.
또한 뱀파이어 자신이 가진 수준 이상의 힘을 가진 능력자들과 서번트의 맹약을 맺는 것도 어렵다.
지니어스 이상되는 고위급의 헌터나 수준 높은 마법사가 뱀파이어의 서번트가 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만일 가능하다면 전설의 뱀파이어 로드 정도라야 그런 대단한 인간들을 수족으로 부릴 수 있을 것이다.

에스테베즈나 고메즈는 이제 겨우 헌터 생활한지 일 년 남짓한 초보 사냥꾼에 불과하다.
효정들의 힘으로 그들과 맹약을 맺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놀드는 어디있지?”
“아마 지하 실험실에 있을 겁니다.”
에스테베즈가 지하로 내려가 아놀드를 데리고 올라왔을 때, 그 파워볼사이트 불쌍한 화학자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아마도 지하실에 있는 동안 비명소리를 듣고 위에서 벌어지는 난동을 훔쳐보고 있던 모양이다.
“아놀드. 네게는 두 가지 선택의 여지가 있다.
원하는 것을 선택하도록.”
“하, 하겠습니다. 뭐든지요. 죽이지만 말아주세요.”
김효정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놀드가 대답했다.
에스테베즈, 고메즈 그리고 아놀드 세 명을 손에 넣기 위해 세 명의 뱀파이어 대원이 각기 하나 밖에 만들 수 없는 서번트를 만들어야 했다.
“에스테베즈. 고메즈.”
아놀드가 세 번째 서번트가 되는 동안 난 다른 둘을 불러 해야할 일을 알려주었다.
앞으로 이들은 원래 그들이 해야 했을 일을 할 것이다.
약품을 개발하고, 전 세계로 유통하고, 엄청난 부를 긁어모을 것이다.
단지 바뀐 거라고는 그 일을 통해 얻는 소득이 모두 내게 속하게 될 것이라는 것 뿐이다.
처음에는 굳이 이자들을 살려둘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 스스로도 그런 일들은 충분히 해낼 수 있다.
내가 학자는 아니지만, 사실 아놀드 정도의 지식을 갖춘 인재를 구하려면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이미 필요한 재료를 알고 있으니, 화학자와 의사 출신 난민을 잔뜩 모으면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
더군다나 지금으로서는 각국의 거대 상회와 적지 않은 관련을 가지고 있는 내 쪽이 시골 구석의 초보 헌터에 불과한 에스테베즈보다 훨씬 더 사업을 일으키기 유리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일을 전부 내가 처리할 수는 없다.
가능하면 내가 혼자서 처리하고 있는 그 많은 일들을 능력 있는 파워볼게임사이트 사람들에게 분배해주어야 한다.
에스테베즈는 재능이 있는 사업가이다.
혼자의 힘으로 이 아크네시아 최대의 헌터용 약품 유통업을 일궈내고, 아베스타를 강탈해서 지구인들 최초로 자신의 왕국을 건설해 낸 그 능력은 그냥 없애버리기에는 너무도 아깝다.
아마도 이 일에 있어서만은 내가 직접 하는 것 보다, 이자에게 맡기는 쪽이 훨씬 더 나은 결과를 낼 것이다.
또한 이미 아크네시아에서 엄청난 자산가로 알려져있는 내가, 또 이런 대규모의 수익 사업의 주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것이 달갑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내가 가진 힘에 대해서는 최대한 숨기는 편이 좋다.
에스테베즈와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여기 몇몇 사람들 외에는 아무도 알 지 못할 것이다.
에스테베즈를 수하로 부려서 얻는 이익은 그자가 악명 높은 전직 폭력 조직 보스라는 사실 쯤은 충분히 무시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만일 내가 알고 있던 기억처럼 일이 흘러가지 않는다면, 그때 가서 이 세 녀석을 처분하면 그만이다.
“이걸 가지고 연구하도록.”
난 가지고 온 여덟 발톱 산 가지 한 자루를 파워볼실시간 아놀드에게 넘겨주었다.
“이게 뭔가요?”
“너희가 지금 연구하는 것. 찾는게 이 안에 있을 거다.”
“에에? 저희가 뭘 찾고 있는지 알고 계셨어요?”
“이건 여덟 발톱 산 가지라는 식물이다.
이곳 아베스타 토종 식물이니 구하기가 어렵지는 않을 거다.”
난 놈의 질문에 굳이 대답해 줄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아놀드는 바로 내게서 풀이 든 자루를 받아가지고 지하로 내려가버렸다.
“김효정, 이재이, 이정현 세 대원은 앞으로 이곳 아베스타에 머무르면서 이자들을 돕는다.”
내가 다시 에스테베즈와 고메즈에게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설명해 주는 사이, 주희정 팀장이 세 사내를 서번트로 만든 세 뱀파이어 미스트리스에게 명령을 내렸다.
세 명의 뱀파이어들은 에스테베즈의 주변에 머물면서 그와 아놀드를 보호하고, 트론돌과 연락하는 임무를 맡게 될 것이다.
주변 사람들은 이 세 사내가 눈에 띄게 멋진 여자를 어디서 구해왔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그녀들이 오히려 이 세 사내의 주인이라고는 알아차리기 어려울 것이다.
“이건 초기 자금이다. 앞으로도 필요한 자금은 얼마라도 내어줄 것이니, 자본에 구애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난 에스테베즈에게 10만 골드가 들어있는 주머니를 넘겼다.
“이렇게 많은 금화는 처음 보는군요.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빠른 시간 안에 사업체를 일구겠습니다.”
주머니 안에 들어있는 금화를 본 에스테베즈가 살짝 놀랐다.
그자의 미래를 잘 알고 있는 내게는 별것 아닌 투자금이지만, 아직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에스테베즈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돈이다.
뱀파이어의 서번트가 되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도, 에스테베즈로서는 내 밑으로 들어오는 일이 그다지 손해볼 일 없는 일이다.
성사가 확실하지도 않은 사업에 뛰어들어 1년 동안 그들이 일궈낸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까지 아놀드가 연구할 시설을 만들고, 아크네시아 토종 식물을 구하기 위해 사용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열 한 명의 조직원들은 목숨을 걸고 사냥에 나섰고, 그중 네 명이 몬스터에게 잡아먹혔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완벽한 물건을 만드는게 우선이다.
그리고 여덟 발톱 산 가지에 대한 비밀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으로도 여덟 발톱 산 가지는 따로 구하지 말도록.”
여덟 발톱 산 가지에서 그 약물을 분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사업의 독점은 불가능해진다.
에스테베즈도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결국 몇 년 만에 유출되고 말았다.
다행히 여덟 발톱 산 가지는 이 아베스타 남서부의 특산품이고 대륙의 다른 지역에서 이 여덟 발톱 산 가지를 기르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에스테베즈가 수천만 골드를 써서 아베스타 남서부 지역 전부를 자신의 영지로 만든 이유가 거기에 있다.
에스테베즈는 여덟 발톱 산 가지를 유출시키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자금은 연구를 위한 자금이 아니라, 널 이 아베스타의 중요한 인사로 만들기 위한 자금이다.”
여덟 발톱 산 가지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는 외부인은 접근할 수 없는 완벽하게 고립된 농장이 필요하다.
“네?”
에스테베즈는 잠시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우선 이 도시에서 너의 존재감을 알리는 것부터 시작하도록 하지.
아낌 없이 돈을 쓰면서 세력을 늘리도록 해라.”
순서를 바꾸기로 했다.
우선 이 아베스타 남서부를 차지하고, 그 뒤에 약품을 시중에 풀어야 한다.
다행히 아베스타의 귀족들과 왕족들은 황금에 약하다.
돈 몇푼이면 귀족 작위와 쓸모 없는 이곳 개척 도시 정도는 쉽게 넘길 것이다.
에스테베즈가 남서부 영지를 구매할 때 2,000만 골드를 쓴 것은 그가 이미 어느 정도 성공의 궤도에 오른 뒤의 일이다.
아베스타의 지배자들은 그가 일으킨 새로운 약물 사업이 황금을 긁어모으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았기에 그런 큰 돈을 요구했다.
만일 지금이라면 그 십분의 일이면 충분할 것이다.
먼저 이곳을 에스테베즈의 영지로 만들고, 외부인은 접근할 수 없는 농장과 공장을 만든다.
그리고 이곳 아베스타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자라는 다양한 식물들을 대량으로 구매해서 에스테베즈의 비밀을 넘보는 자들의 눈을 속인다.
동시에 믿을만한 마법사를 보내 이 약품을 좀더 쓸모있는 물건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내게는 쓸만하고 믿을만한 마법사도 있고, 또 대마법사가 남겨놓은 유산도 있다.
아마 원래 나타났어야 할 약물보다 더 효과적인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각자 맡은 일에 대해 설명이 끝나고 난 뒤, 에스테베즈와 고메즈는 조금전까지 자신의 동료였던 남자들의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자들의 얼굴에는 착잡한 표정이 서려있다.
특히 에스테베즈는 더욱 그러하다.
자신의 새로운 주인을 위해서 한 행동이지만, 함께 목숨을 걸고 싸워온 부하들을 자신의 손으로 처리한 것이 기껍지만은 않으리라.
내가 굳이 그의 패거리들을 처리한 것은 쓸데없이 서번트를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고, 또 뱀파이어와 에스테베즈 사이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적을 수록 좋기 때문이다.
이자들이 자신의 동료들의 죽음에 대해 앙심을 품을 것이라는 우려 따위는 하지 않는다.
내가 생각했던 대로 복잡한 감정으로 가득하던 에스테베즈의 얼굴은 조금씩 변해갔다.
서번트는 영혼까지도 자신의 주인에게 종속되어있다.
조금이라도 불순한 생각은 아예 머리에 떠올릴 수도 없는 것이다.
천천히 두 사내의 입술이 벌어지고 동공이 풀린다.
뱀파이어에 대해 연구하던 한 마법사는 서번트가 느끼는 쾌락은 뇌에 어떤 특정 성분이 분비되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 마법사가 도파민이나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신경전달물질에 대한 지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련 결론에 도달한 것은 대단한 통찰력이라 생각된다.
이제 사내들은 심지어 히죽히죽 웃으며 동료들의 시체를 처리하고 있다.
그들의 마음속은 주인에 대한 애정과 충성심으로 가득해서, 손에 들린 몇 구의 시체에 대해서는 이미 잊어버린 것 같다.
이걸로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에스테베즈와 고메즈는 앞으로도 자신들의 주인을 위해 목숨이라도 내놓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