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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1화 그녀가 살아 있다고?
대전 안.
엽현은 눈을 부릅뜨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아홉 개의 기둥은 잠잠하기만 했다.
고민 끝에 그는 사방을 향해 예를 갖춰 고개를 숙이며 외쳤다.
“이곳에 계신 태허검종 선조님들께 고합니다. 저 엽현은 시정잡배가 아닌 건실하고 진실한 사내입니다. 보시기에 괜찮다면 이 자리에 현신(現身)해 주시기 바라고, 아니라면 이대로 돌아가겠습니다!” “…….”
여전히 잠잠한 대전 안.
이에 엽현이 어쩔 수 없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말을 마친 엽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돌아서 걷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 그의 뒤편에서 음성이 울려 퍼졌다.
“어린놈이 왜 이리 성격이 급한 게냐?” 이에 엽현이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섰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정정하게 서 있는 한 노인.
엽현이 노인을 향해 예를 올렸다.
“엽현, 고인을 뵙습니다.” “검신이 되고 싶은 게냐?” 엽현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노인이 웃었다.

“너는 실시간파워볼 검신이 뭘 의미하는지 아느냐?” “정확히는…….” “소위 검신이란 말 그대로 검의 신(神)이 된 것을 의미한다.” 말을 마친 노인이 손바닥을 펼치자, 그의 손 위로 한 자루 검이 떠올랐다.
“검성과 검신은 고작 한 단계 차이지만, 둘 사이의 간극은 하늘과 땅 만큼이나 크다. 그리고 검신이 되는 가장 빠른 길은 다른 이의 검의를 통해 너의 검도를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 노인의 시선이 엽현의 얼굴로 옮겨갔다.
“수천수만 갈래로 뻗어나 있는 검도 이들의 장점만을 모아야 진정한 검신에 이를 수 있다. 흔히 말하는 검도통신(劍道通神, 검도를 통해 신에 이른다)의 신(神)은 전설상의 절대고수가 아닌 자기 자신을 지칭하는 것이다. 즉, 수만 갈래의 검도를 통해 자신만의 검도를 갖게 되었을 때 검수는 비로소 자기 자신의 신(神), 검신이 되는 것이다.” 엽현이 노인의 말을 곱씹어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인의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후후, 너는 평범하지 않은 내력을 가진 것 같구나. 다만 나의 관심은 그런 것에 있지 않다. 무수한 세월을 이어오던 태허검종의 전승은 몇 년 전에 닥친 대재앙 앞에 끊어질 위기에 처해있다. 만약 네가 태허검종의 전승을 어떤 식으로든 이어가겠다고 약속한다면, 노부는 네가 검신이 되도록 도와줄 용의가 있다.” “그런 일이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습니다!” 엽현이 포권을 취하며 외치자,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부터 우리의 검의를 개방토록 하겠다. 검신이 되고 말고는 네 자신에게 달려 있음을 잊지 말거라.” 말이 끝남과 동시에 사방의 기둥들이 크게 흔들리더니, 곧 아홉 개의 검의가 대전 안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엽현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크게 숨을 들이켰다.
“준비됐습니다!” 깨달음.
검도란 부지런히 걷는 것 외에도 끊임없는 깨달음이 필요하다.
매번 깨달음을 얻을 때마다 큰 추진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구증(求證).
지금부터 그가 파워볼게임 해야 할 일은 다른 이들의 검도를 빗대 자신의 검도를 찾는 일이다.
이번 시도의 성공여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다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할 뿐!
그렇게 점점 시간이 흘렀다.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이때까지 엽현은 대전 안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혼돈우주, 엔트리파워볼 질서성.
방문이 벌컥 열리고 한 소녀가 걸어 나왔다.
다름 아닌 얼마 전 폐관에 들어갔던 소칠이었다.
소칠은 두 눈을 감은 채, 하늘로 고개를 치켜들었다. 이때 그녀의 왼손은 허리춤의 검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한편, 소칠의 오른편에는 남궁원과 상경, 그리고 상우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이 지난 후, 소칠이 천천히 눈을 떴다.
“엽현은 어디 있느냐?” “…….”
엽현?
오랜만에 바깥에 나온 EOS파워볼 소칠이 가장 먼저 그의 안부를 묻자 남궁원의 표정이 다소 변했다. 그제야 소칠이 얼마나 엽현을 중히 생각하고 있는지 깨달은 것이다.
“음?”
남궁원이 로투스바카라 대답이 없자 소칠이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에 남궁원은 어쩔 수 없이 엽현과 있었던 일에 대해 숨기지 않고 털어놓았다.
남궁원의 말이 끝나자, 소칠의 눈빛이 다소 차가워졌다.
“남궁, 나의 사적인 일에 네가 감히 관여했단 말이냐?” 그 말에 남궁원은 안색이 새하얗게 변해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전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소칠이 천천히 남궁원의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남궁원 바로 앞에 멈춰 선 소칠이 무심한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사람을 사귀는데, 너의 동의를 구해야 하느냐?” 소칠의 추상같은 말이 떨어지자, 한 손에 낫을 든 흑의인 하나가 귀신처럼 남궁원 뒤편에 나타났다.
남궁원이 이마를 바닥에 찧었다.

“전하, 결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이 모습에 한쪽에 있던 상경과 상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비록 표정의 변화는 없었지만, 소칠이 화가 났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던 것이다.
그녀가 화를 내는 모습을 보는 것은 두 사람에게도 흔한 일은 아니었다.
이때, 소칠이 물러가라는 손짓을 하자 남궁원 뒤에 있던 흑의인이 사라졌다.
소칠이 남궁원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너는 나의 책사이지 주인이 아니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너는 보고 들을 순 있지만, 결코 참견해서는 안 된다.” 이때 소칠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지금까지 나는 너를 총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나의 수족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이번 일로 너에 대한 믿음이 조금 사라지는 느낌이구나.” 말을 마친 소칠이 곧장 뒤돌아 걷기 시작했다.

“너는 신국으로 돌아가고, 대신 상관선아(上官仙兒)를 이쪽으로 보내거라.” 이 말을 들은 남궁원은 안색이 더욱 하얗게 변했다.
이것으로 그녀는 신국 권력의 중심에서 멀어지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그녀는 신국의 국사로서 많은 이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아왔다. 심지어 상경 등과 같은 고수들 역시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매우 노력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대우는 그녀가 국사라서가 아니라 소칠의 심복이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녀의 영광은 모두 소칠에서 왔던 것이고, 이제 그 영광은 소칠에 의해 한순간에 거둬졌다.
신국에는 결코 인재가 부족하지 않았다.
한편, 뒤편에 있던 상경과 상우는 좌절해 있는 남궁원을 향해 연민의 시선을 보냈다.
그들도 어쩔 수 없었다. 이와 같은 결과는 그녀 스스로의 행동이 불러온 것이니까.

어느 대전 안.
장내에는 소칠 그리고 백발 여인이 서로를 조용히 마주 보고 있다.
천도!
소칠을 바라보는 천도의 눈빛은 매우 무거웠다.
눈앞 소녀의 실력이 너무나 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폐관에서 나온 소칠의 기운은 더이상 천도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결정했나?” 소칠의 말에 잠시 침묵하던 천도가 되레 질문을 던진다.
“현황대세계, 아는 것이 있느냐?” “…….”
소칠이 아직 대답하지 않았을 때, 대전 안으로 여인 하나가 걸어 들어왔다. 연꽃무늬가 수 놓인 치마를 입은 여인은 매우 수려한 용모를 지니고 있었다.
상관선아.
상관선아가 빠른 걸음으로 소칠에 앞에 멈춰 서고는 가볍게 예를 차렸다.
“전하, 현황대세계에 대해 조금 조사를 해보았습니다.” 소칠이 고개를 끄덕이자, 상관선아가 말을 이어갔다.
“천기종의 비술로 살펴본 결과 현황대세계는 사유계 중 가장 강력한 우주인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신국보다도 더 강하단 말이냐?” 소칠이 눈을 치켜뜨며 묻자 상관선아가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신국보다 더 강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들이 위험한 점은 바로 자신들의 영기고갈을 막기 위해 다른 우주를 멸망시키고 영기를 빼앗는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들 손에 폐허로 변한 우주가 몇이나 되는지는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입니다. 덕분에 탄생한 지 매우 오래된 현황대세계는 낙후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강성해졌으며, 지금에 이르러서는 사유계 최강의 무도문명을 이룩하게 된 것입니다. 그 밖에도…….” 상관선아가 잠시 숨을 몰아쉬었다.

“그들은 상대 우주의 영기만 뺏은 것이 아니라, 무도문명마저 강탈하기로 유명합니다. 이렇게 그들은 수많은 우주의 무도가 집합된 거대한 무도문명을 갖게 되었습니다.” 소칠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행위는 내가 하려는 것과 비슷하게 보이기도 하는구나. 물론 나는 다른 우주를 멸망에 이르게 할 마음은 없지만.” “전하, 알고 계시겠지만, 성공 중에 놓여있는 비석은 그들의 전송진 역할을 하는 물건입니다. 즉, 언제고 현황대세계의 강자들이 이곳 혼돈우주로 쳐들어올지 모르니, 단단히 대비를 해놓아야 할 것입니다.” 소칠이 상관선아에게 시선을 줬다.
“좋은 생각이 있느냐?” “먼저 신국 밖에 있는 강자들을 모두 불러 모아서 수적인 우위를 확보해야 합니다. 그와 동시에 신국에 있는 진법들을 전송진 부근에 설치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진행하도록.” “이것만으로는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하여, 신국 내 각 종파의 은둔한 노괴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호출해, 대비토록 해야 합니다.” 소칠이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엽 성주를 다시 불러들이는 것입니다.” ‘엽현!?’
이에 곁에 있던 천도가 코웃음을 쳤다.

“그 허약한 놈을 불러다가 뭘 한단 말이냐? 죽기밖에 더하겠느냐?” 이에 상관선아가 웃으며 말했다.
“천도께서 보시기에 엽 성주가 별 볼 일 없는 것 같습니까?” “흥, 오유계의 신물을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놈이다.” “바로 그 신물이 중요한 것입니다. 천도께서도 그것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시지 않았습니까?” 그 말에 천도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상관선아가 계속해서 말했다.
“한 번 생각 해보십시오. 사유계 안에는 엽 성주 말고도 강하고 자질이 뛰어난 무인이 많습니다. 헌데 오유계의 보물은 그를 자신의 주인으로 선택했습니다. 설마 그가 운이 좋아 신물을 얻었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

“설령 운이 좋았다고 쳐도, 수많은 적들로부터 신물을 지켜내며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능력은 충분히 증명된 것입니다.” 말을 마친 상관선아가 소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전하, 엽 성주는 보기보다 심상치 않습니다.” “자세히 말 해 보거라.” “소신이 개인적으로 엽 성주에 대해 알아보고자 천기종에 의뢰한 일이 있었습니다. 다만 그의 운명을 엿보려던 종주 노인이 알 수 없는 기운에 막혀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강행해 볼 순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천기종은 멸문을 면치 못할 것이라 했습니다.” “…….”
“뿐만 아니라, 엽 성주는 신족의 신왕, 명족의 명왕의 인정을 받은 자입니다. 오래전 혼돈우주를 양분했던 두 인물이 엽 성주를 인정한 것입니다. 게다가 또 한 명, 간자재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간자재!
그 이름을 듣자 소칠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녀가 아직 살아 있느냐?” “그렇습니다, 전하. 지금으로서는 그녀가 엽 성주의 배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엽 성주와 연관된 인물들이 너무 많아 확신하기는 어렵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두 사람이 매우 깊은 관계라는 것입니다.” 간자재.
신족의 시절 이후로, 혼돈우주에 나타난 두 명의 초절정 강자가 있었다.
간자재 그리고 소칠.
이 두 사람이 강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나, 시대가 다른 관계로 누가 더 강한지는 알 수 없었다.
이때, 잠잠히 있던 천도가 소리쳤다.
“네 말이 맞다. 놈은 배후가 너무 많아 일일이 셀 수도 없을 정도다. 놈이 하는 일이라곤 그저 그들의 도움을 구하는 것밖에 없다!” “…….””